빔프로젝터에 대해서 나름 공부해본 분들이라면 현재 시장에서 주로 판매되는 프로젝터의 종류가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다는 걸 알 겁니다.
바로 DLP와 LCD방식이 있으며, 광원은 램프, 레이저, LED 등이 있죠. 수명은 대체로 LED > 레이저 > 램프 순으로 길지만, 밝기는 또 그 반대가 됩니다.
저는 지난 몇년간 DLP방식의 LG PF50KA(LED광원), LCD방식의 중국산 듣보잡 FHD프로젝터(LED광원)을 사용하다가 몇 가지 불편한 점때문에 최근에 엡손 TW5350모델(현재 단종)을 입양했습니다.
LG에서 OEM방식(새로닉스 제조)으로 제조 판매하는 PF50KA 모델은 현재 Full HD 해상도 중에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제품으로서 LED광원 덕에 수명도 3만 시간 이상으로 아주 긴 편입니다. 하지만 600안시루멘(ANSI) 정도로 낮에 암막 커튼 없이 보기엔 좀 부족한 밝기와 DLP 방식의 공통적인 단점(레인보우 현상)이 존재해서 기변 욕구를 불러일으켰죠.
그리고 가성비(?) 하나로 구입한 중국산 듣보잡 제품은 역시 LED 광원으로 수명이 길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내장으로 별도의 셋탑 박스가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으며 LG 시네빔과 같은 DLP 방식과 달리 눈이 좀 더 편한 LCD 방식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끄는 요소였죠.
하지만 중국산 제품은 밝기가 너무 어둡고, 팬 소음이 큰 편이며, 결정적으로 스펙상 해상도에 비해 실제 스크린에 비친 픽셀의 선예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서 이 두 가지를 번갈아 쓰면서 마음 한 켠에 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DLP 방식이 아니고 2000안시루멘 이상의 괜찮은 밝기를 제공하며 제대로 된 해상도를 스크린에 구현해주는 제품을 찾다보니 유일무이한 제품군이 바로 엡손이더군요.(캐논도 비슷한 방식이지만 가성비 차이가 큼)
처음엔 TW5650이라는 새제품을 구입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한번 경험해보고 진짜 마음에 들면 더 좋은 제품을 구입할 생각으로 현재는 단종된 TW5350 모델을 영입했습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제가 구입한 모델인데요. 현재 판매 중인 EH-TW5650 모델과 스펙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 구입 포인트였습니다. 블루투스 오디오 지원 여부, 밝기, 렌즈 시프트 등에서 개선이 있었지만 저한테는 상관없는 요소라...
그런데 LED광원의 빔프로젝터만 사용하다보니, 광원 수명이 LED의 1/8~1/4정도로 짧은 (수은) 램프를 채택한 엡손프로젝터는 사용 시간에 민감해진다는 강력한(!)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중고로 구입할 때도 램프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혹은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한 체크 포인트인데요.
대개 램프를 채용한 프로젝터엔 사용시간을 "임의로" 초기화해서 향후 교체 시기를 가늠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이 모델에도 당연히 그 기능이 "메뉴"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점을 악용해서 램프 사용시간을 초기화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직접 "실제", "총"사용시간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이 시점에서 총사용시간 조회 기능을 굳이 메인메뉴에 넣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네요. TMI도 아니고 중고 거래가 빈번한 프로젝터 시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정보인데 말이죠.)
보통 웬만한 정밀 전자제품엔 엔지니어 모드, 서비스(SVC) 모드, 혹은 히든(Hidden) 모드 등으로 불리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메뉴가 있죠. 보통 서비스센터에서 엔지니어들이 사용하기 위한 (자칫 잘못 건드리면 고장을 초래할 수 있는) 기능이 많아서 혹시 사용자가 이 메뉴에 접근하더라도 본인의 책임으로 늘 조심스럽게 다뤄야하는데요.
다행히(?) 엡손 프로젝터에도 이 메뉴가 존재하더군요. 그럼 지금부터 간단히 해당 메뉴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아보죠.
1. 프로젝터 전원을 켜서 메인 메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2. (리모컨이 아닌) 본체 상단의 [메뉴] 버튼을 약 8초간 누른다.
3. 이어서 [ESC]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아래 사진과 같은 "상세 정보"가 표시된다.
4. 메뉴를 빠져나가려면 [ESC] 버튼을 누른다.
여기서 "Total Operation Time"이라고 적힌 부분이 프로젝터의 실제 "총"사용시간이고, 그 아래 Lamp Op. Time(C)이 현재 장착된 램프를 각각 3D모드, High/Medium/Low/Ultra Low모드(램프 밝기)에서 사용한 시간으로 추정됩니다. 그 외에 램프를 몇 번 켜고 껐는지(즉 프로젝터를 몇번 사용했는지)도 상세하게 나오네요.
이상으로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서비스 모드를 통해 본체/램프의 총 사용시간을 조회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현재 3LCD라는 방식을 통해 DLP의 단점(레인보우 현상)을 보완하는 프로젝터 제품이 엡손과 캐논 밖에 없다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중국산 저가형 프로젝터도 대부분 LCD 방식이긴하지만 일본 제품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꽤 커보입니다.
향후 3LCD + LED 광원 + 자체 범용OS(안드로이드 등)를 채용한 가성비 좋은 "국산" 제품이 출시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상 글을 마칩니다.